저번주 일요일에, 6월 1일 케이크스퀘어에서 배포된 전단지를 가져온 이후 내내 기다리던 행사가 열렸습니다. 몇 달간의 기다림은 길었지만 또 두근거리기도 해서, 행사 한 달 전쯤부터 인포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하자 나오는 족족 살피며 즐거워했죠. 지방에서 올라가는지라 고된 일정이 될 건 분명했지만 그래도 그걸 감수할 만큼 충분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행사 당일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꽤 먼 곳에 사는지라, 아침 일찍부터 출발해야 했습니다. 짐은 이미 행사 전날인 토요일에 챙겼고, 저는 1시간쯤 겨우 눈을 붙이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준비해선 지하철 두번째 차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여유를 너무 많이 잡아버린 터라 터미널에서도 꽤 기다리다가, 6시 40분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시작한 일정이라 꽤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차 안에서 편히 잘 수 있기에 눈을 감고 얼마간 쉬었죠. 그런데 출발한 지 시간이 좀 흘렀을 때, 휴게소에 들르느라 잠이 잠깐 깬 때부터 급작스레 몸이 안 좋더군요. 그 이후로는 도착할 때까지 지옥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통제를 벗어난 몸으로 오랜 시간을 버티는 건 어려웠지만 그래도 다행히 늦지는 않게 도착했고요.


  터미널에서 내려서는 그래도 좀 사정이 나았습니다. 조금 쉬고 지하철을 타고는 바로 행사장으로 향했죠. 지하철에 탄 게 10시 40분 정도였습니다. 아침의 9호선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 축 늘어진 몸으로도 편히 갈 수 있었습니다. 본래는 발산역에서 내려 걷는 경로를 생각했지만 몸상태가 너무 나빠서 환승하지 않고 걷지도 않는, 염창역을 통한 경로를 택했습니다. 처음 택하는 경로였지만 다행히 버스도 빨리 왔고, 빠르고 편하게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일반입장 시간보다 30분 가량 일찍 왔음에도, 여느 행사처럼 긴 줄이 보였습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줄 제일 끝에 가서 기다렸지요. 줄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줄어들었고, 서로 충돌한다거나 다툼이 벌어진다거나 하는 혼란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평화롭게 줄 서서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 행사장에 들어설 때부터 사실 기분이 좋았습니다. 근처에서 종교 관련 행사라도 있었는지, 거기서 나온 분들이 사람이 모인 걸 궁금해하며 행사장을 기웃거리는 건 당황스러웠지만요. 다행히 위에서 비치는 내부의 모습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워, 이내 관심을 거두고 다 가신 것 같았습니다.



  행사장에 들어선 것은 12시가 되기 조금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할 수 없지만, 생각보다 일찍 들어섰던 것 같네요. 트위터에서 미리 고지되었던 대로 전프레인 프람 종이가방을 받았고, 들어서서는 얼마간 행사장의 구조를 대충 눈으로 훑고는 1, 2차 홍보전단지와 1월에 있는 아이에바 온리전의 전단 엽서, 2월에 있는 아바타 온리전의 전단 엽서를 챙겼습니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부스를 돌아보기 시작했죠. 죽음 열부터 기억 열까지. 인포를 보고 예약한 것과 수량조사에 참여했던 것부터 찾거나 샀습니다. 회지는 이내 프람 종이가방에 차곡차곡 쌓였죠. 다행히도 제가 봐둔 것은 매진되기 전에 모두 살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번 흑역사 때의 악몽 ─ 늦게 도착해서 죄다 매진되었던 ─ 은 다시 겪지 않았지요. 옹기종기 모인 부스에 전시된 회지나 굿즈는 제각기 매력적이어서, 갔던 곳도 계속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지 않았던 것도 사고, 또 즐거워하며 잠시 앉아서 회지를 정리하기도 했어요. 아픈 몸으로 혼자 돌아다녀도 재밌더라고요. 


  그러다 머리를 친 것이, 35분쯤에 갑자기 방송으로 흘러나온 트레카 매진 소식이었습니다. 언라덕의 구매력이야 이미 알고 있었다마는, 그래도 행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매진되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엣? 하고 돌아보니 이미 모든 건 끝난 후였고요. 트레카는 조금 있다가 사야지, 하고 줄도 서지 않았던 터라 더 놀랐던 것 같습니다. 제가 부스를 돌 때쯤 몇몇 분들은 이미 부스에다 트레카를 쌓아둔 상태였지만 몇몇 분은 아예 부스를 지키느라 사러가지 못했는지 부스에서도 놀란 말이 튀어나오더군요. 당황스럽다 해도 이미 지난 일. 이번에도 트레카는 글렀구나. 하는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저와 같은 처지인 분들이 좀 있었는지 트레카 판매처에서는 트레카 전종을 전시해놓은 것을 찍어가곤 하더군요. 저도 사진만 찍었습니다. 


  

  그래도 행사는 아직 한참 남아있었고 기대한 것은 트레카만이 아니었기에, 저는 이내 다시 행사장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부스 수가 많다보니 혹여 제가 놓친 게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실제로 그랬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고 갔던 곳을 다시 가고 또 다시 가고 했는데도, 나중에 집에 와서 통판글을 살피니 못 본 부스가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집요하게 돌아본 탓에 생각지 못했던 좋은 회지를 또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오래 보는 건 무리여서 그러다가도 종종 쉬었습니다. 또, 회지를 어느 정도 산 후에는 벽에 당당히 걸려있던 등신대와 이벤트 상품에도 눈을 돌렸죠.









 행사의 꽃은 등신대라고 하죠! 실루엣이야 행사 전에 이미 본 저였지만 실물로 보는 건 또 완전히 달랐습니다. 우리들의 첫 전사, 스타팅 캐릭터를 비롯한 상점캐가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한 미를 자랑하시는 그분과 놀라운 스피드의 탐정님, 해맑은 교관님과 과거 (오역 때문에) 탄산수에 부채질을 하셨던 에이스님, 무서운 득표수를 보였던 아수라와 상대를 철저히 파괴시키는 로쏘가 보이더군요. 사진을 찍는 분들에 섞여 저도 사진을 남겼습니다. 덕분에 행사가 끝나고도 멋진 전사들의 사진은 남아있네요.



 그리고 이벤트 상품으로 주어진다는 레지먼트 족자봉과 여캐 족자봉, 판매된다는 브라우 족자봉까지. 급히 찍는다고 선명하게 남기지 못한 게 아쉽네요. 각각 주인을 만나 소중히 보관되고 있겠지요. 중간에 행사장을 나서서 그 과정까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또, 행사장에 글리터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지요. 한참 행사장을 돌아다니다 슬쩍 기웃거렸습니다. 마테리얼과 군번줄, 클리어파일 등의 공식 굿즈가 눈에 띄었습니다. 쉐리 피규어도 당당히 자리하고 있었고요. 굿즈가 인기가 좋았던지, 좀 더 행사장을 돌다가 다시 와보니 몇은 이미 매진되었더라고요.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글리터 쪽에서 지원도 해주고 또 행사장 내 부스까지 내어 더욱 좋았습니다. 


 얼추 계획대로 수행한 건 1시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멀리서 왔는데 아쉽기도 하고, 종이가방에 질서 없이 넣은 회지를 정리하고 싶기도 해서 자리에 앉아 회지를 하나하나 봉투에 담고 제 나름의 기준대로 정리했습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남은 게 없나 하는 마음에 다시 돌아다녔지요. 사실 몸상태가 계속 걸림돌이 되어서 ─ 몇 번 토하고, 몸살기운이 있었으며, 기력이 없었습니다 ─ 어차피 오래 버틸 수는 없었습니다.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있는 것은 무리였죠. 그렇기에 그렇게 마지막으로 돌아본 것을 끝으로, 이벤트엔 참여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행사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리가 조금만 가까웠든지 혹은 몸이 조금만 나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묵직한 종이가방을 든 채 아쉬움을 누르며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탔습니다. 행사장으로 향할 때와는 달리 사람이 너무 많아 복잡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회지가 그득한 가방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터미널에 도착하고도 버스 표는 금세 매진되어 한시간쯤 기다려 겨우 고속버스를 탈 수 있었지요. 그러고는 피로한 몸을 기대고 계속 잤습니다. 4시간쯤 걸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고 어둑해져 있었습니다. 지하철 몇 정거장을 지나, 마침내 집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8시 반. 출발한 지 대략 15시간만이었습니다.  


 피곤했습니다. 또 종이가방을 계속 들고 있었던 터라 팔도 아팠습니다. 짐을 풀어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도 피로는 쉬이 풀리지 않더군요. 그래도 오래도록 기다리던 행사에 다녀와 정말 기뻤습니다. 혼란도 없었고 통제도 적절히 이루어져, 모처럼 행사 자체에 지치지 않은 행사가 된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워, 무리한 것이 전혀 후회되지 않았네요.  




 리라이트에서 구한 것들입니다! 프람 종이가방이 생각보다 튼튼하더군요. 회지를 제법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랫부분이 무게 때문에 좀 구겨졌을 뿐 전혀 찢어지지 않아서 구겨져선 안 될 회지들을 안전하게 잘 챙겨올 수 있었습니다. 행사에서 이렇게 많이 질러본 것도 처음인 것 같아요. 행사장에서 앉아서 혹은 집에 와서 읽어보니 또 각기 만족스럽더라고요. 즐거운 행사였습니다. 개인적인 부담 ─ 몸상태나 거리 등 ─ 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걸 감수할 가치가 있었고 또 계속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 행사였어요. 


 행사 주최하신 분들, 행사장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 협력해주신 분들, 또 부스에서 저렇게 좋은 회지와 굿즈를 내주신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덕분에 만족스러운 행사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Posted by 현소야 :